박용남(Youngnam Park, 1963~) 작가는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조소과와 이탈리아 국립 까라라 아카데미를 졸업한 후, 이탈리아 대리석과 브론즈를 재료로 하여 지금까지 변함없는 열정으로 작업하고 있다. 


 현대미술 표현 방법의 하나인 설치미술은 많은 장르들을 흡수하게 되고 그로 인해 가장 향수(nostalgia)로 남게 된 분야가 조각이 아닌가 한다. 과거 반듯한 좌대 위에 약간의 권위를 입힌 조각상들이 조형물의 주류를 이루다 다양한 분야가 공존하는 오브제들이 쏟아지며 조각작품의 정체성(identity)이 흔들린 것이 사실이다. 지시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명확한 조각이라는 분야는 익숙함 때문일까 아이러니하게도 현대에 와서는 좀 더 대중적인 장르로 보여진다.


 그는 전통적인 기법과 재료를 사용한다는 측면에서 1970년대에 이탈리아에서 주창한 ‘트랜스 아방가르드’를 따른다고 할 것이다. ‘아방가르드’는 ‘앞서 나가다 앞을 바라보다’는 뜻이다. 작가는 전통성(재료, 기법)을 가지고 팝을 이야기하고 자연을 미시적인 눈으로 바라보며 현대 조각의 또 다른 방향을 제시한다. 과거 급격한 변화의 사조들이 지나고 나면 항상 아카데믹한 것에서 새로움을 찾는 시도가 이어졌다. 작가는 그 새로움을 전통 재료를 통한 현대적 소재의 표현에서 찾고자 한다. 돌이란 물성 자체만으로도 지구의 역사를 품고 스스로 깊이를 가진다. 이러한 재료를 가지고 작가의 일상을 가볍게 때로는 세밀하게 표현한다는 것은 긴 세월을 같이 하며 쌓인 시간과 생각의 축적이 없이는 불가능하리라 생각한다. 


 다양한 국가와 도시에 설치된 그의 공공작품들과 수많은 수상에서 증명된 것처럼 그는 실수를 허용하지 않는 대리석이라는 특별한 재료에 그만의 수준 높은 부드러움과 섬세함을 부여하고 있다. 주변에서 본 익숙한 소재의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그 속에 과거 유럽 조각 거장들의 노련함과 재료가 가진 고급스러움, 그리고 상대적인 소재의 가벼움이 과거의 명작을 새롭게 해석한 현대미술의 장르를 보는 듯하다.


 이탈리아 유학 시기에 자연스럽게 접한 트랜스 아방가르드는 전통적인 재료인 대리석과 브론즈를 현대미술로 치환하는 은유적 메타포 작업을 유머로 풀 수 있게 하였다. 여기에 대리석의 색깔에서 출발하는 오브제의 선택과 조형 원리인 비교, 대비, 반복을 통한 상징화 작업으로 나만의 전통적 재료를 기반으로 한 개념적인 팝 아트 작업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1990년부터 2010년경의 작업은 오브제와 자연물을 대리석의 색깔과 병치시켜 메타포 작업을 했다면 이후의 작업은 거시적인 우주와 미시적인 원자의 세계에 대한 보이지 않는 자연 질서를 표현하는 작업이라 할 것이다.   - 박용남


 최근 작가는 눈으로 보이는 동식물의 실체보다 그들이 성장이나 생장하기 위해 진화과정에서 터득한 보이지 않는 질서들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하고 있다. 해바라기 씨의 규칙적인 배열을 작업한 ‘삶’을 보면 씨들이 성장하며 바깥으로 밀려나면서 가지는 배열 규칙을 가지고 수학적 공식(포겔 방정식)까지 도출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이번 전시에서는 3차원의 시공간을 2차원 평면에서 층층이 쌓인 레이어로 작업하여 색깔의 대비와 관계를 기하학적인 도형(tessellation)의 관계로 작업한 회화작업들도 소개하며 또 다른 변화를 보여준다. 

 레트로가 새롭게 재해석되며 하나의 흐름이 된 요즈음, 긴 시간 흔들림 없이 쌓아나간 그의 작품들은 묵직하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은 현대적 감성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