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스피어(Noösphere)


박종규(J Park, 朴鍾圭, 1966-) 작가는 대구에서 태어나 곽인식(郭仁植, 1919-1988)과 이강소(李康昭, 1943-), 정점식(鄭點植, 1917-2009) 등 선배 예술가의 감화를 받았으며, 우리나라 1세대 현대예술가인 그들의 예술적 계보를 잇는다. 박종규 작가는 프랑스 파리국립고등 미술학교(École Nationale Supérieure des Beaux-Arts)에서 수학했다. 쉬포르 쉬르파스 (Support-Surface)의 수장 끌로드 비알라(Claude Viallat, 1936-)와 프랑스 현대미술의 혁신 아이콘 브라코 디미트리에빗(Braco Dimitrijevic, 1948-)에게 사사받았다. 끌로드 비알라는 회화에 대한 혁신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회화를 둘러싸고 있는 상업적 또는 회화에 개입된 신화적 요소를 부정했다. 회화를 신화화하는 일체의 서명, 제작 일자, 제목 등을 포기하면서 캔버스의 중성적인 성격을 대상화한다. 브라코 디미트리에빗은 “루브르는 내 스튜디오이고 길거리는 나의 미술관이다.”라고 주장한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길거리에서 만난 시민을 촬영하고 대형 사진으로 출력하여 시내 중심부에 걸어놓는 전략으로 이미지의 신화화, 상업화를 공격했으며 미술관 제도의 권위에 일침을 날렸다.


박종규 작가의 회화는 형식적으로 크게 전시회 ~Kreuzen 의 연작과 2021년에 선 보였던 전시회 Vertical Time 연작, 이번 전시회 Noösphere 에서 선보일 연작으로 나눌 수 있다.  작가는 이전 연작을 통해서 시비(是非), 선악(善惡), 피차(彼此), 본말(本末)의 경지에서 중도(中道)를 결정할 수 없는 작가의 실존적 결연(缺然)을 표명했다.


박종규 작가가 이번에 제시하는 개념은 ‘Noösphere’이다. 원래 ‘noosphere’는 그리스어 ‘ν όος(nous,  mind,  정신)’와  ‘σφαῖρα(sphaira,  sphere,  영역)의  합성어이다.  이  말은  프랑스  신학자 피에르 테야르 드 샤르댕(Pierre Teilhard de Chardin, 1881-1955)이 최초로 사용했다. 인간의 정신과 과학적 지식이 결합하면 인간이 사는 지층은 더 나은 곳을 향해 새로운 경지로 도달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즉, 인류는 신성이 충만하다는 뜻의 ‘플레로마(pleroma)’의 시기로 거듭나 오메가 포인트(omega point)에 도달한다는 주장이다. 박종규 작가는 샤르댕 신부의 진화론적 도식을 회화에 적용한다. 처음에 현실을 재현하거나 모방하는 예술이 있었다. 두 번째, 심리나 정서를 표현하는 예술이 등장한다. 세 번째 무언가 의미있는 형식을 추구하 는 형식주의 예술이 등장한다. 네 번째, 제도(institution)가 가치를 수여하는 제도적 예술이 등장한다. 다섯 번째, 작가는 컴퓨터ㆍ테크놀로지ㆍ철학ㆍ신학 등 궁극적 이성과 예술이 만 나서 새로운 영역[noosphere]을 만드는 예술이 나타난다고 보고 있으며, 자기 예술이, 적어도 회화의 세계에 있어서, 그러한 시대의 서막이 되리라고 본다.


Noösphere 연작은 사각 프레임을 탈피한다. 왜곡되거나 변형된 프레임의 각도는 인간의 상상이나 환영에서 보았다기 보다 카메라의 눈이 본 각도이다. 디지털 카메라는 0과 1이 만든 이진법의 결과이다. 0과 1로 구성된 이진법과 이진법이 진행하는 컴퓨테이선(computation) 이야말로 ‘noosphere’ 시기의 총아(寵兒)로 자리 잡았다. 이 연작은 사각 프레임의 편파로부터 벗어난 스승 클로드 비알라의 시각, 기존체계에 저항했던 브라코 디미트리에빗의 예술적 태도, 지극한 인간사랑과 낙관적 정신을 구유했던 곽인식, 정점식, 이강소의 마음을 모두 압축한 결과이다. 창신과 인간사랑을 결합하는 능력이야말로 박종규 작가가 갖고 있는 힘의 원천이며, Noösphere 연작이 그것의 증험일 것이다.


이진명, 미술비평ㆍ미학ㆍ동양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