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CNK는 <오늘의 미술> 시리즈 기획전, 방규태 회화의 기억 속 자아를 통한 소외된 자들의 내면을 탐구한다.


93년생인 방규태 작가는 여느 작가들과는 다른 시작점을 가지고 있다. 그의 작품의 시작은 트라우마이며, 7세 때의 큰 교통사고로 인해 뜻하지 않게 다가온 충격으로 인한 것이다. 당시의 후유증으로 말이 어눌하고 외모가 다르다는 이유로 심한 따돌림을 당하면서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 뛰어난 학습 능력에도 불구하고 숱한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치유의 과정을 거듭하며 지금의 작가가 있게 되었다.


미술의 사조를 보면 전쟁과 같은 강한 충격 후에 새로운 경향의 작품들이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전후의 분위기가 반영된 실존주의 예술은 고뇌, 소외감, 부조리, 혐오, 불안, 자유 등을 주제로 한다. 작가가 겪은 사고의 충격과 공포는 전쟁에 버금가는 상처이며 이후 이어진 타인들의 공격은 전쟁의 상흔과 같은 것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는 끊임없이 타인의 시선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뇌했을 것이고 치유 받고 싶었을 것이다. 


그의 작품을 보면 낯선 형상들로 채워진 신비로운 공간들 속에 작가 자신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마치 상상이나 꿈속의 풍경을 보여주는 듯 하지만 그것은 공상, 환상이 아닌 숨겨져 있던 그의 기억 속 찰나의 한 장면과 같은 것이다. 작품 속 자신의 존재를 타인의 시선을 통해 바라보고 표현하고 있다. 눈이 달린 정육면체들과 곳곳에서 보여지는 눈 형상은 그의 기억 가장 깊숙한 곳에서부터 늘 주변을 맴돌고 있는 타인의 시선이고 이것은 그의 관념에 의해서 만들어진 시선들이다. 작가의 이러한 표현들은 어쩌면 그의 경험 속에 숨겨져 있던 비언어적인 심리자료를 재창조하여 왜곡된 타인과의 경험을 새롭게 인식하고자 하는 치유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는 자신의 콤플렉스를 예술로 승화한 위대한 작가들이 많다. 그중 대표적인 쿠사마 야요이는 강박증을 가진 동양인 여성 아티스트로서 수많은 차별과 편견을 견디며 끊임없이 작품 활동에 매진하여 지금의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어린 시절 겪었던 육체적 학대와 그로 인한 망상에 기인한 일정한 패턴(점)의 반복은 강박 관념적인 성격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그녀는 강박증과 환영이라는 주제를 있는 그대로 표현하며 스스로를 치유하고 예술로 승화했다. 매일 누구보다 강한 집중력으로 세상과 타인에게서 소외되었던 자아와 타인의 시선을 통해 내면 속 이미지를 끄집어내는 방규태 작가의 미래를 기대해 본다.


그의 작품이 서서히 변화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타이틀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스스로를 치유하며 새로운 자아를 보여주고 있다. 작품 속 캐릭터들이 활동적으로 바뀌었으며 다양해진 형상들과 색상들을 볼 수 있다. 평소 클래식을 좋아하고 책도 좋아하는 작가는 최근 문자(패턴)에 심취해 현대 상형문자와 같은 본인의 문자를 만들어 작품으로 표현하고 있다. 다른 차원을 상상하게 하는, 작가의 세상 속에만 존재하는 문자,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작품해설을 직접 들을 수는 없지만, 작가만이 가진 회화적 표현만으로도 내면에 숨어있던 특별한 감정들을 충분히 들여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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