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득 화백 (1921~2001)과 서정추상(Lyrical Abstraction)


갤러리CNK에서는 한국적 서정추상(Lyrical Abstraction)의 선구자이자 미술행정가로서 한국 미술계에 많은 영향을 미친 이세득 화백의 탄생 100주년 기념전시를 개최한다.

1921년 서울에서 태어난 이세득 화백은 일본과 파리에서 유학하면서 전후 추상미술이라는 국제 미술계의 흐름을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한국적 서정추상의 세계를 개척해 나간다. 이와 더불어, 한국미술협회, 국제조형미술가협회 및 국립현대미술관회 등에서 대표적인 활동을 하였으며, 선재미술관장(1991-1998) 등을 역임하면서 해외전시 기획 등으로 한국 미술계의 발전에도 큰 기여를 하였다.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에서 시작된 서정추상은 2차대전 이후에 다시 주목받게 된다. 기존의 기하학적이며 딱딱하고, 이성적인 미니멀리즘, 개념미술에서 벗어나 더 서정적이고 감각적이며 낭만적인 추상화를 지향하게 된다. 서정추상은 다분히 개인적·주관적이며, 자유분방한 감성을 추상적으로 표현한다. 즉, 서정추상은 사물과 인간, 자연과 우주 등 실제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작가의 주관적인 정서나 감정, 감동 혹은 마음속의 형상(心像)을, 마치 시(詩)나 음악과 같이 자유롭고 율동감이 있으며, 편안하게 노래하는 듯한 추상미술을 의미한다. 그래서 다른 사조 혹은 화풍에 비하여, 작품 내용이 심각하거나 어둡거나, 딱딱하거나 차갑지 않다.                             

다양한 한국추상미술의 흐름 속에서 이세득 화백은 한국적인 서정추상을 독자적으로 새롭게 개척하여 우리의 추상미술을 좀 더 세련되고 풍요롭게 해주었다. 

  

이번 전시는 

1. 앵포르멜 시기 : 1958-1966 

2. 한국적 서정추상의 시기 : 1967-1980   

3. 순수 추상의 시기 : 1981-2001     

로 나누어 층별로 전시된다.


이세득 화백은 서양의 서정추상 작가들과는 유사하면서도, 차별화된 작업을 선택한다. 사물과 풍경의 재현보다는, 멜로디의 라인과 조화로 만들어진 음악적인 패턴을 추상적인 모습으로 강렬하게 표현하거나, 다양한 마음속의 모습(心像)을 자유롭고 풍요로운 느낌으로 표현하곤 한다.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며 감성적인 것을 표현하고 율동감 있는 음악 또는 리듬으로 표현한다.

구도 면에서 보면, 작품들은 몇 개의 덩어리로 구성되곤 한다. 그 덩어리들은 화면의 중앙을 중심에서 시작되어, 서로 중첩되고 융화되곤 한다. 끊어질 듯, 이어지고, 이어질 듯 다시 옅어지는 아슬아슬한 긴장을 느낄 수 있다. 1970년대는 밝고 가벼워지며, 마치 하늘에 펄럭이는 색동 연이나 춤사위를 연상시키듯 환상적이고 율동적인 현란함이 두드러진다. 1980년대 이후에는 우주 공간 같은 개방되고 확대된 공간 구성, 거기에 난무하는 듯한 유동적이고 다이나믹한 색형의 면들과 반점의 필획들이 강조된다. 

형태 면에서 보면, 전통적인 요소는 무엇인지 알 수 있다. 형태의 윤곽선도 또렷이 표현하여 무엇인지를 알 수 있으며, 나머지 추상적인 요소는 무엇인지는 형태를 알 수 없다. 다만, 무언가를 암시하고, 형태는 촉각적인 감각을 유도한다. 또한, 자유롭고 유동적인 형태를 추구한다.

색채 면에서 보면, 이세득의 작품은 풍부한 감성적 색채를 사용하면서도 명랑하고 경쾌하다. 자유분방한 형태 속에서 느껴지는 화려한 색채감도 있다. 1970년대에는 옅은 민트색 바탕 위의 곱고 투명한 주홍색과 초록색, 여러 색상들의 조화로운 배색 등을 통한 세련된 색채는 열반 세계의 황홀한 경지 혹은 내면에서 바라 본 우주의 모습 등을 좀 더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다. 1980년대 이후부터는 흰색 바탕 위에 부드럽고 섬세한 붓질로 인해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필선 면에서 보면, 화면에는 내재적인 율동감이 담겨 있으며, 형태는 자유분방하며 유동적이다. 자연풍경, 인물 형상, 구름과 바람, 각종 문양 등에서 느껴지는 힘과 동세, 힘찬 필선과 운동감은 서정추상 회화가 갖출 수 있는 세련되고 높은 예술적인 차원을 느끼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