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는 1994년부터 시작된 기억Memory에 관한 필름 작업을 최근에 디지털 프로세스로 재구성한 작품들이다. 이것들은 Memory(1996), 기억의 단편(1997), Calling to memory (2002) 등으로 제작된 사진 이미지를 해체와 재구성을 통해 리메이커Remake하면서 ‘기억’이라는 한 단어로 정리하였다. 


‘기억’시리즈는 94년 여름, 홀가(HOLGA)라는 플라스틱 장난감Toy카메라를 만나면서 ‘시간’과 ‘기억’에 대한 영감을 떠올리면서 시작한 작업이다. 토이카메라를 선택한 까닭은 질 좋은 카메라가 흉내 낼 수 없는 독특한 효과 때문이다. 그것은 값비싼 카메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결정적인 흉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든다면 카메라에 빛이 새어 마치 렌즈 플레어 현상처럼 필름에 빛의 얼룩을 입히기도 하고, 손으로 필름을 감으면서 프레임을 넘기다보면 프레임과 프레임이 겹쳐지기 하며, 사진의 테두리 부분에 둘러쳐진 부드럽고 어두운 비네팅 효과 등...일 것이다. 이러한 효과들이 동시에 뒤섞임에 따라 카메라로 포착한 이미지는 마치 꿈결 속, 흐릿한 기억의 흔적과 같은 비현실적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어설프고 낯선 이미지들이 기억장치로서 더할 수 없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부터인 것 같다.


기억은 순서가 없다. 무엇이 앞이고 무엇이 뒤인지 정해져 있지 않다. 기억 속의 시간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흐르다가 뒤로 흘러가기도 한다. 때론 옆으로 확산되어 퍼져나가기도 한다. 오래전부터 기억의 파편들을 모아, 과거를 필름처럼 돌려놓고 그 흔적을 겹치기도 하고, 잇대기도 해서 꿰매고 있는 중이다. 초기에는 필름으로 연속 촬영된 2컷 또는 3컷의 이어진 이미지를 절단하지 않고 하나의 프레임으로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디지털 프로세스를 통한 자유로운 해체와 재구성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과 사진을 달리 배열하기도 하고 이중, 삼중으로 이미지를 잇대어서 조합하는 등 이미지의 유동성을 최대한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는 동안 사진은 점점 현실의 경계 바깥으로 떠밀려나가면서 실재가 아닌 부재로, 기억의 시‧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다.      


’기억’시리즈의 모든 이야기들은 가급적 괄호 속으로, 혹은 말없음 표 속에 숨겨 놓을 심산이다. 그런 후 감상자의 상상력을 기다려 볼 요량이다. 상상력은 분절된 이미지를 상상하게 만드는 원동력이지 않는가. 꿈속에서 아무런 인과 관계가 없는 이미지들이 뒤죽박죽 연결되어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는 것처럼... 





오사카예술대학에서 사진 공부를 마치고, 동 대학에서 예술학을 전공하였다. 대구에서 첫 작품전(1982)을 가진 후, 도일하였고 귀국 후, 조선일보미술관(1990)과 코닥포토싸롱(1998), 오사카 COSMO갤러리(1996), 교토 PRINTZ갤러리 등지의 전시회를 포함하여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모두 스물한번의 개인전을 가진바 있다. 주요 그룹전으로는 한국사진수평전(1991), 동강국제사진축제(2001), 한•일사진 트리엔날레(2002), 대구사진 비엔날레(2012), 대구미술관 기획전(2019) 등에 출품하였으며 그밖에 미국, 일본, 중국, 대만 등 국내외 여러 기획전에도 참여하였다. 현재 대구예술대학교 사진영상미디어전공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